세겹줄 기도회를 하기 전에 성도들과 함께 나눌 책을 고르게 됩니다. 이번에는 2026년 키워드로 우리 공동체에 주신 “감사, 용납, 기도” 이 3가지 주제 중에서 하나에 관련된 책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기도가 다른 두 가지를 다 가능하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기도하게 되면 감사할 것들이 더 많아지게 되고, 진심으로 기도하게 되면 그 사람을 용납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도에 관한 책들은 그 어떤 주제보다 많았습니다. 유기성 목사님의 <한 시간 기도>, 김영봉 목사님의 <사귐의 기도>, 유상섭 교수님의 <예수님의 기도>, 팀 켈러 목사님의 <기도> 등등. 성도님들과 나누고 싶은 책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제가 <기도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라는 책을 선택한 이유는 처음에는 그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책 제목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원제는 더 엉뚱합니다. <Praying Like Monks, Living Like Fools> 그대로 직역했다면 이 책의 제목은 <수도사처럼 기도하기, 바보처럼 살기>가 되었겠죠. 지난 주간 새벽설교에서 제가 가장 많이 썼던 단어가 있다면 ‘조급함’일 것 같습니다. 그 조급함이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도 요청사항만 잔뜩 가지고 나아가게 합니다. 물론 하나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들어주십니다. 하지만 기도의 목적은 단순히 ‘기도응답’이 아니라 그 기도시간을 통해서 주님의 얼굴을 보는 것입니다. 수도사들이 하던 기도방식 중에는 예수님의 얼굴을 상상하며 기도하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화 속 예수님의 모습이 진짜 예수님 얼굴은 아닐테니 우리는 얼마든지 예수님의 얼굴을 상상할 수 있겠지요. 어떻게 상상하든 그분의 얼굴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하나님의 환대일 것입니다. 즉 수도사들이 일상 속에서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며 하나님께 집중하듯이 우리도 삶의 중심을 하나님께 두고 그분의 임재 안에 머무르며 고요함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기도가 이 조급함과 분주함의 시대 속에서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바보처럼 살기”에서 바보란 세상의 기준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주님을 위한 바보”겠지요. 조급함이 필연적으로 낳는 ‘효율성’이라는 세상의 논리에서 벗어나 사랑과 희생이 들어간 섬김 그리고 용서라는 복음의 가치를 따르면서 살면 당연히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바보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인정하시고 결국 상주실 길임을 믿고 살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갈 때 이 책의 부제인 “경이로움과 신비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기도의 유익까지 받게 될 것입니다. 올해 세겹줄 기도를 하면서 점점 이런 소원이 듭니다. “기도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 기도회를 마치면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게 되는 역사가 일어났으면.....” -손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