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빨려!” 젊은 세대들이 많이 쓰는 단어 중의 하나입니다. 신체적으로 지친다는 의미보다는 정신적으로 지친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합니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과 만나 그 사람의 말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했을 때, 혹은 모임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 사람들의 정신없는 대화를 듣다 보니 심리적인 에너지가 다 소진되었을 때 “기 빨리다”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이 단어가 속어라면, 같은 뜻으로 ‘감정 소모’라는 단어도 사용됩니다. 현대인들은 참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스트레스들을 적당히 관리하는 것도 결국 자신의 몫이기에 사람들은 어떻게든 대인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피해서 정서적인 소모를 줄이며 살려고 애쓰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통계에도 반영되었는데, “당신은 친밀한 지인이 몇 명이나 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2022년에 6.4명에서 2025년에는 4.1명으로 하락했습니다. 인간관계를 축소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특히 3-40대에서 두드러졌는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바, 이 나이대의 사람들은 직장 내 경쟁, 육아, 경제적인 기반 마련 등등 에너지 소모가 가장 큰 시기여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소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한국 사람들은 ‘소수와 깊게’보다는 ‘다수와 얕게’를 선호합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문화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고, 복잡한 현대사회 속에서 내 문제 관리하기만 해도 벅찬데 다른 사람 고민까지 들어가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교회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느슨한 인간관계’를 좋아하는 현대 기독교인들과 교회에서 하는 봉사나 사역은 딱 들어맞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교회에서 자기 달란트대로 하는 사역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위해서’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신앙적으로 자기만족도 되고 세상 일과는 비교도 안되는 보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얘기를 안 해도 됩니다. 그 사역에 대한 회의만 하면 되니 느슨한 인간관계를 좋아하는 성도들에게는 안성맞춤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한 것은, 사람들은 느슨한 인간관계를 좋아하면서도 소수의 사람들과는 깊은 관계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친밀한 지인의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만족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통계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은 목장은 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목장의 싸이즈가 너무 커서 그저 피상적으로 “할 얘기” 정도만 하게 되면 그 목장은 교제나 삶의 나눔은 되어도 삶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삶의 변화는 진솔한 나눔과 깊은 중보기도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소수와 얕은” 관계를 추구하는 목장은 3가정 정도가 목장의 존재목적(삶의 변화, VIP를 초대하려는 동기부여)에 가장 알맞은 크기인 것 같습니다. -손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