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성심당이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1,937억 원, 영업이익은 478억 원이었다. 한 도시에만 기반을 둔 제과 기업으로서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 비결이 뭘까? 회사 이름 성심(聖心)은 ‘예수님의 마음’이란 뜻이다. 성심당의 사훈은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롬12:17)이다. 이 사훈은 1999년 가톨릭 영성 운동단체 ‘포콜라레’(뜻은 벽난로)의 지도자 끼아라 루빅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인데, 그는 ‘모두를 위한 경제’(Economy of Communion, EoC)를 말하면서 기업이 사회적 가난에 적극 대응하면서 공동체의 회복을 견인하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성심당은 회사의 모든 의사 결정을 이 기준에 따라 숙고하여 결정했다. 인근 노점상들 쓰라고 수도꼭지 하나를 일부러 길가로 낸 것도, 새 매장 낼 때 인근에 혹시 타격 입을 가게가 없는지 먼저 살피는 것도, 유명 백화점이 서울 본점과 해외 지점에 좋은 조건으로 매장을 내주겠다는 제안을 굳이 사양한 것도,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겨야 한다’는 기준에 따른 것이다. 직원들 상당수가 하루 종일 흰색 파티시에 복장으로 일하는데 요즘 세탁 물량이 두 배 이상 많아져 다른 업체를 알아봐야 하지만 옛날부터 관계맺은 연로하신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그 세탁소를 이용했고 재작년 사장님이 돌아가시고 그 아들은 세탁소를 이어받아 성심당 세탁물을 계속 담당하고 있다. 성심당은 그 세탁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기다린 것이다. 성심당이 붙든 것은 ‘관계’였다. 성심당이 끼아라 루빅의 ‘모두를 위한 경제’(EoC)를 경영 이념으로 받아들인 때는 회사가 가장 어려웠던 1999년이었다. 성심당이 위치한 대전의 원도심은 밑도 없이 쇠락하고 있었고, 사장의 동생이 벌인 프랜차이즈 사업은 부도가 나 수십억 원의 빚을 떠안았을 때였다. 당장 사업을 접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때 오히려 관계 지향의 사회적 경제를 회사의 정체성으로 채택했던 것이다.
일개 지역 빵집 브랜드가 대기업의 경영 실적을 일부 넘어섰다는 사실은 놀랍기는 하지만 중요한 정보는 아니다. 그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 자리까지 갔느냐이다. 성심당은 ‘부’가 아니라 ‘관계’를 축적해서 오늘날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성심당의 실천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EoC의 권위자인 경제학자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는 “성심당의 철학과 경영방식이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 100개의 중소기업이 생겨난다면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의 구조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장담한 적이 있다. 요컨대 성심당은 그 자체가 ‘관계의 축적을 통한 사회개혁 프로젝트’라고 평가할 수 있다.(작가 김태훈)

